문학&문화/나의 시172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지 종이 치자마자 종이를 찢어버린다 휴지통은 금새 넘쳐흘렀다 사는데 아무런 필요도 없는 공부였다,고 방송에서 유명인이 말했다. 어서 자기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라고,도 말했다. 그게 뭘까요? 적성을 발견하는 축복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 흥미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야, 그러니까 꿈이 뭐냐고 제발 묻지마 거리는 대부분 아름다웠다 몇 찌푸린 사람들도 이내 웃었다 살짝 여린 날씨가 등을 토닥이고 있었다 플라스틱 사이로 스티로폼이 들어있다 - 분리수거는 왜 하는거야? - 종량제 봉투 아끼려고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아껴서 화장을 한다 쓰레기들도 제 자리를 찾아가겠지, 지나쳤다 취미는 그냥 걷기입니다. 특기는 그냥 운동입니다. 집에 아무도 없다. 대본을 짠 노력도 아깝지 않았다. 냉장고에는 케잌이 들어있었다... 2019. 9. 11. 맹꽁이 펌프가 돌아가고 분수가 솟아올랐다 맹꽁이가 울었다 돌이 적셔지고 이끼가 번져나갔다 맹꽁이가 울었다 새들이 날아올랐고 구름이 걷혔다 맹꽁이가 울었다 전기가 끊어지고 낙엽이 떨어졌다 맹꽁이는 울었다 2019. 9. 1. 칼집 새로운 만남에 늘 과거가 따라다닌다. 그들은 물었고, 난 김칫국물 같은 과거에게 다시 물었다. 넌 무엇을 남겼냐고. 이미 맛도 향도 사라진 흔적은 어떤 실패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 많은 시간들이 빨간 우물에 빠져 섞여버렸다. 난 알아볼 수 없는 선들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나를 찾아 헤맨다. 오늘도 어제를 돌아보고, 어제도, 어제의 어제도 돌아보았다. 그렇게 늘 무뎌진채 칼은 갈리고 있었다. 여전히 과거를 돌아보며 고개를 젓는 미래는 지금의 향을 잊은 채 칼집에 칼을 넣었다. 2019. 8. 10. 기억 다리 밑에서 주웠어, 또 그 얘기다 왜 나의 출처는 상표처럼 붙어있지 않을까 당신을 닮아서 그래, 나는 아무도 닮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이 공방은 끝이 없다 집 구석구석 찾아봤지만 백일 사진도, 돌 사진도 없었다 엄마는 어릴 때 집에 불이 났었다고, 그 때 사라졌다고 한다 그 어릴 때란 동생이 태어나지 않았을 때인가, 하필 그 2년 간 왜이리 많은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모가 동생에게 말했다 엄마를 쏙 빼다 닮았네 고모가 동생에게 말했다 아빠 어릴 때랑 똑같네 동생은 별 관심이 없다 난 어디에서 전학을 왔을까 아빠가 이제 집에 가자고 하셨다 2019. 7. 3. 정원 가지 끝으로 갈수록 잎은 작아진다 과거가 더 또렷한 이미 늙어버린 자의 기억 세포처럼 새로움은 과거와 겹쳐진 일부로만 남았다 나무들의 높이가 모두 같았다 가끔 새 것이 삐죽하게 튀어나와 있었지만 곧 모두 잘려나갔다. 정원엔 늘 일정한 과거만이 허용되었다. 올해 새로 자라날 코스모스를 묻는다면 늘 그 자리에서 새로 피던 과거일 뿐이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변함없다고 걔 중에 나를 알던 이는 시선을 회피할 뿐 아무도 나의 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계절의 반복은 늘 일정한 시련이다 정원은 그 흐름 속에서도 정확한 기억을 떠올려야 했고, 시험은 계속 반복되었다 향나무가 죽고, 연못의 물이 사라질 때까지 정원은 새순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9. 7. 2. 그래서 웃는다 늘 바란다 사람들이 먼저 선의를 베푸는 목적 없는 선의가 세상을 떠돌다 메아리처럼 돌아와 내 아이들에게 속삭여 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늘 묻는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던 체온이 누구의 것이었냐고 보다 더 오래 자리에 남아 다시 돌려줘야 하는 건 아니었냐고 혹시 알면서도 포기한 건 아니었냐고 그래서 웃는다 사라지지 않는 소리를 뱉는다 2019. 5. 9. 이전 1 ··· 5 6 7 8 9 10 11 ··· 2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