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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정원

가지 끝으로 갈수록 잎은 작아진다

과거가 더 또렷한 이미 늙어버린 자의

기억 세포처럼 새로움은 과거와 겹쳐진

일부로만 남았다

 

나무들의 높이가 모두 같았다

가끔 새 것이 삐죽하게 튀어나와 있었지만

곧 모두 잘려나갔다.

정원엔 늘 일정한 과거만이 허용되었다.

 

올해 새로 자라날 코스모스를 묻는다면

늘 그 자리에서 새로 피던 과거일 뿐이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변함없다고

 

걔 중에 나를 알던 이는 시선을 회피할 뿐

아무도 나의 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계절의 반복은 늘 일정한 시련이다

정원은 그 흐름 속에서도 정확한 기억을

떠올려야 했고, 시험은 계속 반복되었다

 

향나무가 죽고, 연못의 물이 사라질 때까지

정원은 새순을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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