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벗은 머리 벗은 머리 오늘도 머리카락이 빠졌다 새로 돋아나기 위한 빠짐이 아닌 그냥 원천적 이별에 가까운 빠짐이다 어릴 때는 곧게 뻗은 생머리가 풍성하다며 지나가는 이모들이 자주 쓰다듬어 주곤 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내가 많이 쓰다듬지만 벌거벗겨진 기분 그건 옷이 벗겨질 때도 느끼지만 머리가 벗겨질 때 더 심하게 느껴진다 너무 일찍 달아난 젊음 멀어져가는 머리카락을 잡아보려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만 그 노력은 젊음과 더 멀어지게 했다 술도 못 마시는 약, 약, 약 약은 사람을 약해지게 하는 것이 맞다 숲에 기생충이 들었으면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이 맞다 가는 세월 잡지 못하면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것도 맞다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이 없어진 지금에서야 얼굴이 산다 더보기
발아 발아 흩날리는 바람이 너의 머리를 쓰다듬고 푹신한 흙에 담겨 지친 몸을 씻어낸다 자연히 스며드는 공기의 내음 그 속에 묻어나는 그대의 기억 사랑은 땅속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것일까 땅속에서 떡잎이 고개를 내밀 듯 사랑도 늘 사랑의 대상을 찾아다닌다 운명처럼 맞닥뜨린 그대에게 사랑이 고개를 내밀면 그냥 흙을 어루만지듯 스며들어 보자 부드럽게 감싸 안는 뿌리털 뿌리털이 부드럽게 감싸오고 바람에 떠밀려 물방울이 모여든다 촉촉함과 끈적임 사이로 녹아드는 사랑 마주하지 않아도 함께 떠다니며 느끼는 행복 바람에 바람이 실려와 사랑이 피어난다 더보기
벚꽃이 지는 계절 안개에 덮힌 햇살이 물러가고 아침의 스산함마저 사라져버린 따뜻함 그런 진짜 봄이 오면 꽃잎은 살랑거리며 떨어진다 어떤 강함도 느껴지지 않는 딱딱함의 가장 반대편에 자리한 분홍빛 꽃잎들이 땅을 덮고, 다시 밟히며 봄길을 장식한다 벚꽃의 화려함에 이끌려 나온 사람들과 그 사람들 덕분에 생긴 따뜻함과 그 따뜻함 속에 피어나는 세상의 모든 동식물들 그리고 그 모든 걸 보지 못하고 져버린 꽃잎들 여리고 여려 세상을 바꾸는 꽃잎들 더보기
작은 용기 주변이 어두워진다 미처 일을 끝내지도 못했는데 떨어진 온도만큼 사기가 떨어져 나가는 계절이다 우선은 미룬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내일은 또 내일로 점점 미루다 보면 내 일이 남아나려나 그 걱정도 내일로 날이 가면 해도 길어지겠지 미래를 위한 현재를 살아가기엔 너무 버겁다 부족한 것을 꼽아본다 우선 시간, 돈, 마음의 여유 다들 부족한 것이 나도 부족하다 그러니 무엇이 문제겠는가 문제는 어차피 사방에 널려서 굳이 주워 담지 않아도 옷이며 신발이며 덕지덕지 붙어 따라 다닐텐데 너무 무거워지기 전까진 괜찮다 겨울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는 작은 용기 그것만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가슴 속 작은 용기는 내가 숨을 쉬는 한 계속 비워지기만 해서 나는 매번 그 작은 용기를 겨우겨우 쥐어짜 내 이불.. 더보기
가에서 하로 간다 작은 출발이었다 ‘가’에서 ‘나’는 가지 못하고 ‘갸’에서 ‘거’정도로 미적대는 그 정도의 행보 끝을 보고 싶었다 강의 하류에 다다르면 비로소 펼쳐지는 넓은 바다 그 끝의 하류 인생 다는 아니지만 대게는 장애물이었다 그것은 앞으로 가는 나에게 상대적으로 뒤처진 행보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는 라라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걸음을 내디디면 다시 펼쳐지는 사막의 모래 아름다운 자연이다 돌아갈 수 없다면 차라리 나아가는 것이 차선책 ‘가’에서 ‘하’로 가기 위한 삶의 카운트 다운을 세어본다 가나다라마바사... 아자, 아자, 아자 결국 힘내서 걸어갈 뿐 가는 맛도, 나는 맛도 다는 아니지만 ‘하’로 가는 즐거움의 일부 더보기
자동차로 사는 비행기 공항이 가까운 곳에 산다 그러니까 바다가 가깝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곳에 산다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올려다보고 아직은 손바닥 크기 정도인 비행기를 향해 닿지 못할 손을 뻗게 되는 그런 곳에 산다 비행기의 목적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아내는 모든 비행기가 목적이였다 떠난다는 것, 새로운 장소와 만난다는 것 그곳에서 스스로 새로워지고 또 새로운 삶이 탄생하는 기분 아내는 그 기분을 좋아했다 터널 같은 비행기를 지나면 맞은편 끝에서는 늘 새로운 곳이 아내를 기다리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기다림은 생각보다 더 길어졌다 아내는 기름이 없이도 굴러가는 신기한 자동차였지만 조금씩 삐걱거리고 망가져 갔다 반복된 고난과 기다림 속에서도 아내는 하늘을 보며 땅을 지탱했다 질척이는 땅 위에.. 더보기
팔굽혀펴기 하나 내려간다 팔꿈치가 접히고 가슴 근육이 꿈틀 지면이 가까워지면 둘 올라간다 가까워졌던 세상이 멀어지고 몸이 일자로 쭉 뻗는 동시에 하나 내려간다 활짝 핀 인생은 짧고, 다시 접힌다 충돌에 의한 충격을 견디고 다시 둘 올라간다 사람이 사람을 돕듯이 땅도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가슴이 다시 꿈틀 뜨거워진다 하나 새해가 되면 결심을 하듯 하나하나 돌아보며 둘둘 몸을 말아버린다 하나둘 하나둘 반복되는 반복 속에 소리는 작아지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망설여지지만 두 번의 삶은 없기에 다시 하나 하나 하나 하나 우리는 하나를 외친다 더보기
[파이썬] 지질시대 파이차트 만들기 이번 시간에는 지질시대의 상대적 길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파이차트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본 작업은 구글 코랩으로 진행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필요한 라이브러리를 불러옵니다. %matplotlib inline import matplotlib as mpl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코랩에서 한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 코랩에서 한글 설치 !sudo apt-get install -y fonts-nanum !sudo fc-cache -fv !rm ~/.cache/matplotlib -rf 검색해보면 !sudo ~~ 에서 sudo가 없는 코드를 사용해도 무방한 것 같긴 합니다만, 잘 몰라서 그냥 이렇게 했습니다. 만약 실행했을 때 한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