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쓰임이 남아 있는가
분리수거장에 쌓인 상자들이 물어왔다
-너는 여전히 뜯지 않은 상태인가
너덜너덜 매달린 박스 테이프가 조롱했다
차곡차곡차곡차곡
말라 비틀어진 채 쌓여가는 시체들이
너는 다를 것 같으냐, 물어왔다
나는 상자 하나를 꺼내든다
-너는 죽지 않았다
나는 상자를 접어 가능성을 만들었다
-너는 아직 무언가를 품을 수 있다
빈 공간은 소중한 물건으로 채워지고
나는 혹여 새어나갈까 진득하게 입을 닫았다
받는 사람, 아직 쓰임이 남은 나
보내는 사람, 여전히 나를 믿고 있는 너
택배가 상자에 담겨 보내졌다
* 제 39회 새얼백일장 낙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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