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 돌고 도는 문장이 있어 갑자기 끄적여본다. 다만 내 감정조차 갈무리 못하는 주제에 뭐라고 세상을 논하겠나. 그러니 이건 시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뭣도 아니기에 시라도 되는 양 보이도록 연을 나눠본다. 행과 행 사이에 뭐가 있든 어차피 읽어줄 사람 없기에 행간을 다시 행에 숨겨놓고, 행간에 다시 행을 구겨 넣어버렸다. 그러니 이미 시는 아닌데 행도 있고 연도 있으니 그야말로 나와 같은 무언가가 아닌가.
뒤숭숭한 마음 뱉어내려고 고상한 단어 몇 개 갖다놔봤자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하고, 오히려 시 같지도 않은 문장 하나하나에 머리까지 복잡해지는 형국이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손이 가는 대로 훈민정음을 블록처럼 쌓는 것이다.
세살배기 아기의 놀이 같은 문장 쌓기에 어른들이 달려들어서 잘했네, 못했네, 어떤 의미가 있네, 뭐네 떠들어봤자 결국 그건 말 그대로 글의 더미일뿐 이미 시는 아닌 것이니 의미가 느껴진다면 그건 세종대왕님 덕이고,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면 그건 예민한 당신 감수성이고, 도저히 뭔지 모르겠다면 그거야말로 당신과 나 사이에 적절한 반응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딱히 시도 아니고, 시라고 쓴 것도 아니고, 시로 읽혀서도 안 되는 낙서보다도 못한 감정의 구토일 뿐이다. 거기서 어떤 건더기를 건진다면 그건 그저 당신도 모르게 당신 손에 있었을 무언가지 내가 차려놓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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