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문화/나의 시

어탁

새벽스러운 저녁 또는 아침 그 어느 날,

찬 공기가 필요하여 굳이 낚시를 한다

갈대 사이로 쉬이 공기가 흐르지 못하여

답답함이 감싸온다

어둑한 수면에 빠져들 듯, 낚싯대를 휘두른다

새벽, 물속이라고 풍족했으랴 풍덩 소리와 함께

붕어가 물어댄다

차갑게 식은 머리로 손맛을 음미한다

 

팔뚝만한 붕어가 눈앞에 있다. 펄떡이는 에너지는 없던 식욕을 부른다. 사진을 찍는다. 새벽, 어디 자랑할 곳이 없다. 사람이 없다. 흔히 보이던 낚시꾼들이 지레 부러워 모습을 감췄다. 어탁을 찍자. 편평한 곳이 필요해. 자갈을 치운다. 허겁지겁, 급해진다. 진흙을 고루 편다. 약간 홈을 만들고 약간 시들어가는 덩어리를 누인다. 고이 누인다. 불편하실까 붕뜬 공간에 흙도 채우고, 수평을 맞춘다. 어디서 흘러나왔나, 이 에너지. 덥다. 이제 마지막, 붓을 꺼낸다. 곱게 칠하자. 내 붕어. 너의 그 우람함을, 그 각선미를 보여줘. 꼬리부터 비늘 하나하나 정성스레 칠하고 또 칠하고. 지느러미, 아가미. 그리고

 

 

 

부릅뜬 눈알이 날 내려다본다.

강을 타고 찬바람이 불고 다시 차갑게 식어간다


 

반응형

'문학&문화 >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서  (0) 2016.08.31
괜찮아요  (0) 2016.08.24
수족관  (0) 2016.08.05
반문의 어려움  (0) 2016.08.05
뻘로  (0) 201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