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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나를 위한 시

 

2011, 봄날

나를 지우기 위한 게임을 하고있다.

이것은 큰 의미가 아닌 말 그대로의 일상이다.

무엇인가 터져나가는 잔인한 장면을

건조한 눈으로 감흥없이 바라본다.

수 시간이 흘러 내 몸의 여러 곳이 민원을 넣어도

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중한다.

2011년 여러 날이 가버렸지만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한 채 서성거릴 뿐,

난 여전히 2000년대의 어딘가를 헤맨다.

며칠간의 무의미가 다시 의미가 되어 경종을 울릴 때 쯤, 책을 편다

분명 그 행위 자체는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 만큼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동기였으나

책을 잠시 놓게 된 나는 다시 다른 사람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넉넉지 못 한 마음이 닻이 되어 진행되지 않는 시간이 나아가고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풍요로워지자,

이 시를 쓰는 동기가 되었다.

짧은 시가 누구를 감동시키련마는 다행히도 나의 시는 나를 위한 시이다.

진부한 글귀 속에 나를 두드러지게 할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2011년이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내가 꿈꿨던 참된 교사, 교육부 장관, 진보적 교수, 그러면서도 서정적 시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효자,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 멋진 친구로서의 인생..

그러한 것들이 나의 의지 밖에 있다는 교활한 자기기만까지, 한순간에

현실 안으로 나에게로 쑤셔 박혀 오히려 난 풍요롭다.

3월부터 시작되었어야 할 나의 봄은 쌀쌀한 추위를 빌려 늦장을 부리다

이제 서야 다가온다. 4월도 마지막인 느즈막한, 약간 어수룩한 봄날 새벽,

나는 나를 위한 시를 썼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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