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별_연안부두
이제는 허름해진 삼거리를 지나, 우측 바다를 보며 걷는다.
버스는 목표까지 가지만 굳이 두 정거장 미리 내렸다.
미리 내림으로써 미래를 조금 늦춰본다.
그는 이미 20분 전 육지의 땅을 밟았다.
계속되는 벨소리가 그 사실을 주기적으로 일깨운다.
하지만, 천천히 천천히 보다 천천히 걷는다.
그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싶다.
그는 아직 모르니까,
나만 준비한 건 연인 사이에 약간 '반칙'인 듯 하다.
상념의 틈으로 걸음이 빨라졌다.
대학 졸업 후 취업 면접 기일이 다가오듯이..
어떻게 말을 꺼내든 난 분명 서투르겠지
다시 바다를 본다. 자연히 시야에 담기는 연안부두,
가끔 배라도 결항되면
1시간 대기 동안 무던히도 걸었다.
멀리도 못 가고 삼거리까지, 또는 라이프쇼핑 앞까지
어쩌다 2시간 대기라도 뜨면 근처 모텔에서
짧은 사랑도,
멀어짐을 잊어버리려 했던 작은 몸짓들이 추억이라고 발걸음을
다시 잡는다.
무심한 사람,
나의 망설임도 모른 채 갑작스레 내 어깨를 잡는다.
격한 그의 반김에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낸다. 무언가 꺼내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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