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술자리에서 거짓말 게임을 종종 했다.
종종한 이유는 우리에게 거짓말이 필요한, 더 정확히 말하면 거짓말 속에 진실을 담을 필요가 있는 순간이 종종 찾아왔기 때문이다. 다섯개의 진술 중 거짓말은 하나 뿐이었지만 우리는 그 하나의 거짓에 기대 많은 진실을 고해성사하듯 토해냈었다. 작가님도 나와 같은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쉽게 거짓말하는 사람이 싫다고 표현하지만 은연 중에 그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않을까. 많은 경우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기보다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사용되는 것 같다. 진실을 목도한 상대방의 분노로부터 나를 보호하기위해. 그런 면에서 거짓말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 '솔직히 말하면 다 이해해줄게.' 같은 말이야 말로 가장 큰 거짓말일 수 있다. 자신의 미래 감정을 어찌확신할 수 있겠는가. 내 눈에는 이미 화낼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로 보이는데.
소설에서 나오지만 거짓말 게임은 실상 진실을 토로하기위해 하는 게임이다. 다만 그 진실이 거짓에 기대지않으면 차마 말로 꺼내기 힘들거나 서로의 사이가 아직 어색하여 게임의 형태가 아니면 의미있는 진실을 건네기가 불편한 경우에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게임이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후자의 경우로 학기초 어색했던 친구 사이를 유하게 풀기위해 게임을 활용했다.
하지만 거짓없는 인생이 어디있을 것이며, 한편으로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진실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지우의 엄마가 돌아가신 이유는 지우의 마음속에서 진실인 상태로 변화했으며, 그런 변화에 특별히 거짓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소리의 기도도, 채운이 아버지의 죽음도 모두 진실된 범주에서 해석될 수 있다.
소설은 세 주인공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어떤 결말도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소설 속에 등장한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같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꼭 한 명은 남는 이야기같기도 하다. 어차피 각자의 인생에서 남는 건 자기자신일 뿐이니까.
그럼 나도 나의 눈으로 본 작은 이야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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