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문화/나의 시

화재2

by 손아무 2024. 6. 3.

오래도록

가문 날씨가 지속됐다

풀은 생기를 잃어 흙빛이 되어갔고

가축은 마른 바닥을 긁으며 고개만 숙인다

사람들은 조그만 불씨도 무서워졌다

곧 화마가 닥치리라 떠드는 소리들이

마을 곳곳에서 커져 갔다

 

불길은 갑자기 피어올랐다

그 시작이 어디인지 몰랐지만

아무도 찾지는 않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기 때문이다

 

불은 계속 타올랐다

사람들이 동분서주했지만

강물도 말라버린 곳에

불을 끌 수단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의 숨소리에

불이 더욱 강해지는 듯 보였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에

불길이 터벅터벅 걸어 다녔다

 

사람들은 이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을이 모두 집어삼켜질 때까지

연기를 마시고 불을 토해내며

그저 즐기고 있었다

 

세상 곳곳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반응형

'문학&문화 >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우  (0) 2024.06.17
사랑이 지층처럼 쌓여있었다  (0) 2024.06.10
화재  (0) 2024.05.28
수컷은 꼬리를 흔들었다  (0) 2024.04.24
반영  (0)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