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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사랑이 지층처럼 쌓여있었다

by 손아무 2024. 6. 10.

거대한 지층이 마침내 드러났다
더 이상 수면 아래 잠들어 있기엔
너무 커져 버린 마음이었다
 
한때 높은 산 위의
단단한 암석 같았던 마음이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지며
지금은 그저 누군가를 감싸 안고
싶은 작은 알갱이가 되어 있었다
 
이미 굳어 버린 줄 알았던
나의 마음은 너의 세심한 말과
사랑스러운 몸짓에 조금씩 깎여나갔고
결국 나의 바다에 지층처럼 쌓여갔다
 
언제부터 사랑했을까
 
산에 비가 내리던 날이었을까
그 비가 모여 강이 된 날이었을까
그 강물이 바다로 흘러 가지고 있던
모든 마음을 던져버린 날이었을까
 
언제인지는 몰라도 사랑은
지층처럼 쌓여 나를 들어 올렸다
 
나는 줄무늬로 남아버린 아픔들과
화석처럼 새겨진 쓰린 기억 속에서
다시 한번 걸음을 망설이지만
척박한 줄 알았던 그 땅 위에선
이미 한가득 꽃이 피어 웃고 있었다
 

사랑이 지층처럼 쌓여있었다2.mp3
3.5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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