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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수컷은 꼬리를 흔들었다

수컷은 꼬리를 흔들었다

좋아서, 그리고 반가워서

머리를 들이밀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애타는 몸짓에 그는 마음으로 답했다

혈관을 타고 그의 마음이 퍼져나갔다

배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너무 좋았다

 

수컷은 보통 할 일이 없었기에

그와의 재회를 자주 생각했다

그가 들어오고 그를 바라보고

그도 바라보고 그와 접촉하는

그 순간의 황홀함이 너무 좋았다

 

사방이 막힌 사각형 속에서

쉬지 않고 원을 그리며

추억하고, 기대하고, 미래를 그렸다.

 

그가 돌아올 시간은 몰랐지만

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기에

그 순간만 기다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다행히 오늘도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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