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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반영

반영

 

 

떠나왔다

멀어지면 잊힐 거라고

스스로는 잊지 못한 채

그렇게 떠나왔다

 

돌아오는 계절은

늘 지나간 계절을

휘적거리며 지나갔다

 

너와 난 반대야

반대도 필요 없는 반대야

 

동의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함께 할 수도 없었다

지구는 떠나지 못하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지구 반대편 너의 발밑에서

뒤집힌 채 살아가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의 어둠일까

 

수평선에 선을 그어본다

넘어오지 말라, 중얼거려 본다

 

실체 없는 파도는 부지런히

실체가 떠난 발자국을 지워갔다

 

어둠이 내릴 때까지도

나는 그저 선을 감시하고

파도는 발자국을 지우고

배는 들락날락거렸다

 

어둠이 완전히 내릴 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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