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이었다
스파크가 튀고 불이 났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사람들이 동분서주했지만
사람의 날숨으로도 불은 거세졌다
발화점이 어디인지 살펴보지만
흐릿한 불길 속에 화마(火魔)만이 춤춘다
검은 연기에 하늘은 어두워졌지만
지상에서는 환한 불빛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불길 너머는 보일 듯 보이지 않았고
불길과 하늘은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제 그저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잔치가 끝나갔다
허탈한 눈빛 속에서도 붉은빛은 끝까지
마지막 한 모금을 버리지 않았다
신난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고
어른들은 아이의 눈으로 잿더미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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