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遲刻) 없는 지각(地殼)
힘껏 달려왔지만
도착한 곳에 내 자리는
남아있지 않았다
자리에 앉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타인을
모든 타인이 경계한다
‘여긴 안 돼’
소리는 없었지만 확실한 외침
그 기류에 대기가 움직이고
한바탕 소나기가 퍼부었다
한발 늦은 나는 밤이 될 때까지
얼굴의 물을 닦으며 서 있었다
얼른 어둠이 내 모습을 감춰주기를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진부한 질문을 별에게 던져본다
‘내 자리는 어디일까’
대답 못 할 달에게 하소연한다
드러누운 내 뒤쪽으로 지구가 속삭인다
‘넌 지금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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