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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제목기(除木器)

거실이 좁아 나무를 벴다

 

아버지는 어둡다며 형광등을 갈아끼웠다.

 

집은 껍질을 태워간다.

불이 다시 하나둘 켜졌다가 이내 꺼졌다.

 

저녁을 준비하던 어머니는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맛이 예전만 못하다며

아버지가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베란다에서는 봄꽃이 멀리가지 못하고 수근거렸다.

몇몇은 올해 농사가 이미 망했다고 느낀다.

잎사귀는 그래도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산소가 방안에 조금 퍼진다.

 

거실 마루가 너무 딱딱하여 서있기가 힘들다.

천장의 밝기가 수시로 변하여 밤낮이 헷갈린다.

밤이 지속되어 모두가 잠에 빠졌다.

 

작은 새싹은 마루 틈새에 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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