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혹독했다
조금 일렀지만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피부는 갈라졌고 손아귀 힘은 빠져버렸다
이별의 감각이 계절의 변화처럼 조용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조용한 동네였다
나는 한 때 푸르렀던 잎을 하나씩 세어본다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봄과 여름,
그 향과 열정이, 휙 지나가는 바람에
다시 우르르 한꺼번에 떠나간다
폭우가 내리던 날의 긴박함도
뒤이은 번갯불의 화려함도 없이
그저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이별
하지만 나는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한없이 떨어진 감정이 세계와 나를 차단했다
나는 눈을 뜬 채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어떤 향기도 이 너머로 확산되지 않았다
고요한 진공 속에 오직 낙엽 떨어지는 소리만 울렸다
시들어 버린 낙엽이 추락하며 지르는 비명 소리
나는 그 속에 조금 남은 마음마저 태워보낸다
가라 앉아라, 영원히 떠오르지 마라
되내며 나는 낙엽을 밟아 으깨어 버렸다
뿌리가 슬쩍 혀를 내밀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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