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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혈흔

길게 늘어진 자국이

인생에 비해 너무 짧다

 

어린 시절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끝을 보지 못한 습작이 내는 비릿한

젖은 향이 올라온다.

 

붉은 그림이 그리는 선을 따라

하얀 뱃길이 열렸다

 

건너갈 수 없는 이들이

열을 지어 소리친다.

 

문득 그날의 소리가 들렸다.

새벽의 침묵 속에 비틀려 들어가던

나사 박는 소리

폭포를 타고 오르던 빗방울 소리

오래된 신발을 끄는 듯 무정한 소리

 

숯 보다는 화려하게 타고 싶었다.

그러곤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누가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혈관이 모두 터져나갈 때까지 깨어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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