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바위
물범이 오지 않는다.
백상아리를 피해 유빙에 올라 새끼를 낳던
차가운 얼음 위에 갓 태어난 새끼를 끌어안던
물범이 오지 않는다.
개나리가 피어나고 벚꽃이 만개하고 철쭉이
웃고 있는 계절에 물범 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쌍안경을 아무리 돌려봐도 텅 빈 바위 위에는
어부 몇몇이 미역을 말린다.
랴오둥 반도로 스며든 폐수,
정력에 좋다고 작살을 쏘아대던 포수
온난화로 녹아버린 유(流)빙의 유실(遺失)
먼 나라 공주님의 결혼식 얘기만 같았다.
선대의 잃어버린 땅 같은 공허한 말인 줄 알았다.
꽃게는 바닥의 왕이 되고, 놀래미는 배짱이가 되었다.
심청각에는 쌍안경만 있고, 두무진에는 기암절벽만 있다.
유람선은 움직이지만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범바위에 갈매기도 해오라기도 앉지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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