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문화/나의 시

빈 바위

빈 바위

 

 

물범이 오지 않는다.

 

백상아리를 피해 유빙에 올라 새끼를 낳던

차가운 얼음 위에 갓 태어난 새끼를 끌어안던

물범이 오지 않는다.

개나리가 피어나고 벚꽃이 만개하고 철쭉이

웃고 있는 계절에 물범 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쌍안경을 아무리 돌려봐도 텅 빈 바위 위에는

어부 몇몇이 미역을 말린다.

 

랴오둥 반도로 스며든 폐수,

정력에 좋다고 작살을 쏘아대던 포수

온난화로 녹아버린 유()빙의 유실(遺失)

 

먼 나라 공주님의 결혼식 얘기만 같았다.

선대의 잃어버린 땅 같은 공허한 말인 줄 알았다.

 

꽃게는 바닥의 왕이 되고, 놀래미는 배짱이가 되었다.

심청각에는 쌍안경만 있고, 두무진에는 기암절벽만 있다.

유람선은 움직이지만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범바위에 갈매기도 해오라기도 앉지를 못한다.

 

반응형

'문학&문화 >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만한 오늘  (0) 2016.07.12
가까운 이별_연안부두  (0) 2016.07.06
그거 생각보다 멀다  (0) 2016.06.14
개가 짖는 것이 싫다  (0) 2016.06.07
1+1  (0) 201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