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짖는 것이 싫다
어릴 적 골목에 들어서면
저만치 우리 집이 보이는데
원수 같은 개새끼가 내 앞에서
짖어댔다.
가고 싶은 발걸음은 그 한없이
독한 외침과 드러낸 이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붙박이가 되었다.
한참을 마주하다 지쳐갈 때 쯤
지나가는 큰 어른의 무심한 발길질에
나의 길도 열렸다.
아파트에 살게 되자 개들은 사라졌다.
나의 귀가는 한층 더 안정되었지만
가끔 아니, 자주 소리를 높이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때 그 개들이 겹쳐보이곤 했다.
왜그리 화를 내실까, 주변은 잠잠한데..
홀로 커진 목소리에 부끄러움과 원망이 샘솟았다.
그냥 좀 양보하시지, 그냥 좀 참으시지.
언제부터인가 주변이 조용하다.
누구도 아무도 없듯이 살아간다.
퍽퍽하고 막막하고 때로 화나지만
나또한 입이 없는듯 말이 없다.
어느날 된통 당해 볼륨을 키웠다.
나는 겁에 질린 개가 되었다.
사진 : Samuel Cock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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