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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개가 짖는 것이 싫다

 

개가 짖는 것이 싫다

 

어릴 적 골목에 들어서면

저만치 우리 집이 보이는데

원수 같은 개새끼가 내 앞에서

짖어댔다.

 

가고 싶은 발걸음은 그 한없이

독한 외침과 드러낸 이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붙박이가 되었다.

 

한참을 마주하다 지쳐갈 때 쯤

지나가는 큰 어른의 무심한 발길질에

나의 길도 열렸다.

 

아파트에 살게 되자 개들은 사라졌다.

나의 귀가는 한층 더 안정되었지만

가끔 아니, 자주 소리를 높이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때 그 개들이 겹쳐보이곤 했다.

왜그리 화를 내실까, 주변은 잠잠한데..

홀로 커진 목소리에 부끄러움과 원망이 샘솟았다.

 

그냥 좀 양보하시지, 그냥 좀 참으시지.

 

언제부터인가 주변이 조용하다.

누구도 아무도 없듯이 살아간다.

퍽퍽하고 막막하고 때로 화나지만

나또한 입이 없는듯 말이 없다.

 

어느날 된통 당해 볼륨을 키웠다.

나는 겁에 질린 개가 되었다.

 

사진 : Samuel Cock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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