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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멸종

멸종

 

 

흔히 그렇듯

그는 느껴지지 않게

존재했다

 

인식은 선택적으로

그를 지웠고

그의 숨소리는 가끔

어떤 향에 섞인 채

발소리를 내곤 했다

 

누군가 그를 회상시키면

잠시 수면 위로 떠오른

심해 생물의 그림자처럼

진하게, 하지만 희미하게

다시 사라져 갔다

 

시작이 언제인지 모르는 만큼

마지막도 경계가 흐릿했고

비가 쏟아지는 날의 구름처럼

존재감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다시 사라졌다

 

사람들이 그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의 발자국, 숨소리, 노폐물까지

그를 본 사람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당신은 그를 보았는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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