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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해를 넘어가는 지구

해를 넘어가는 지구

 

 

올해도 지구가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의 도화선이

폭죽에 불을 붙이고

전 세계에서 터지는 샴페인에

지구는 잠시 후회했지만

사람들과 눈물과 웃음이 모두

뒤섞이고 엉켜있어

당최 말을 걸 수 없었다

 

울다가 웃고 다시 심각해지고

아직 흘러가지도 않은 시간에

휘둘리는 사람들

지구는 그냥 더 빨리 돌고 싶었지만

늘 그랬듯 정해진 하루의 양만

채울 수 있었다

 

늘 멈춰있는 태양을 새삼스레

새롭게 바라보는 그날, 그 요란함을

지구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새 해는 없는데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돌 때마다

갑자기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사람들을 보며

지구는 더욱 빠르게 자전하고 싶었다

그냥 다 우주로 날려버리고

빠르게 회전하는 발레리나처럼

혼자 우아하게 돌며, 우주를 누비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는 하루였고,

지구는 그날도 하루만큼만

하루를 채웠다

 

달은 그저 부러운 눈으로

시끌벅적한 지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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