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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벗은 머리

벗은 머리

 

 

오늘도 머리카락이 빠졌다

새로 돋아나기 위한 빠짐이 아닌

그냥 원천적 이별에 가까운 빠짐이다

 

어릴 때는 곧게 뻗은 생머리가 풍성하다며

지나가는 이모들이 자주 쓰다듬어 주곤 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내가 많이 쓰다듬지만

 

벌거벗겨진 기분

그건 옷이 벗겨질 때도 느끼지만

머리가 벗겨질 때 더 심하게 느껴진다

너무 일찍 달아난 젊음

 

멀어져가는 머리카락을 잡아보려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만

그 노력은 젊음과 더 멀어지게 했다

술도 못 마시는 약, ,

 

약은 사람을 약해지게 하는 것이 맞다

숲에 기생충이 들었으면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이

맞다

가는 세월 잡지 못하면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것도

맞다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이 없어진 지금에서야

얼굴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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