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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아빠

아빠

아들이 부른다

아빠, 아빠

아빠 소리가 좋아서

괜히 딴청을 피웠다

아빠, 아빠, 아빠

아들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스며들고

그제야 고개를 돌려 묻는다

, 무슨 일이야?

아들은 다시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했다

왜 불렀어, 볼에 뽀뽀하며 물어보지만

아들은 내 얼굴을 손으로 밀어내며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아빠를 굳이 보려고 하지 않았다

옆에 있으면 되었다

아빠가 나를 보고 있으면 되었다

등 뒤에서 내 손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길이 울퉁불퉁하지는 않은지

그런 것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되었다

나는 아빠가 심심하지 않게 그저 열심히

뛰어놀면 되는 것이다

 

운전 중이었다

아빠가 여전히 뒤에서 말했다

조심히 운전해라

나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알아서 할게요

너무 무신경한 대답에 스스로 놀라

슬쩍 거울을 봤다

아빠는 미소 지으며

잘하네, 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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