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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동행

아빠가 너무 빨랐다

성큼성큼 무심한 발걸음을 쫒아가느라

내 발은 쉴 새 없이 구르고 뒤뚱거렸다

 

아빠

조금만 천천히 가라는 의미이다

 

어서와

나보고 더 빨리 오란다

 

다시 폴짝폴짝 날듯이 뛰어보지만

이내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서러운 마음에 엉엉 울고 있는데

아빠는

뛰다보면 넘어지기도 하는 거야

하며 염장을 질렀다

나는 재촉하는 아빠의 팔을 뿌리치며

얼마 전까지 먹던 젖이 다시 튀어나올 만큼

더 크고 우렁차게 최대한 울음을 쥐어짰다

아빠는 결국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아빠,

빨리 가면 더 힘들 수도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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