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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모서리에 빠지다

늘 모서리에 서 있었다.

위태로운 날카로움 위에 서서

벗어나지 않은 채 줄타기를 이어갔다

그것은 분명 위험한 일이었다

종이에 베이듯 인식하지 못한 틈으로 상처들이 쌓였다

빨간 선이 겹쳐지며 강이 되고, 호수가 되고, 바다가 되었다

 

풍덩

 

밖에 서 있으며 느낀 안도감은 사라지고

온통 검은 면 위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이 되었다

색은 어둠 속에 묻히고, 검은 공간 속에 검은 바닥은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목소리를 내보았지만 모서리만 잠시 진동하다 멈춘다

검은색과 검은색 사이에는 모서리가 없는 것인가

그 어느 경계를 찾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바다 위를 걷기로 한다

조용히 내려다보며 천천히 걸어간다

온통 까만 공간에서도 얼룩은 있었다

얼룩덜룩한 무늬들을 교대로 밟아갔다

 

두 손에 검은색을 담아본다

어두운 저편으로 손가락이 비춰 보인다

손가락은 검게 빛을 내고 있었다

 

바다에 둥그렇게 선을 그어본다

고개를 숙여 마셔도 본다

누구의 바다인지 깊숙이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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