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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하기 전에 싫다

by 손아무 2021. 4. 28.

아침이다
눈은 떴지만, 여전히 뒤척인다
일어나기가 싫다
오늘 하루 펼쳐질 고단한 삶이
오늘 하루의 시작과 함께 마중 나온 것 같다
그 여정을 온전히 감내하지 못할까
두려워
일어나지도 않은 채 일어나기를 싫어한다
 
어떤 일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가 그려진다
그럴 때면 그 일들이 두려워져서
시작조차 못 하곤했다
공부가 그랬고, 사랑이 그랬다
 
난 결과를 몰랐지만
무수히 많은 실패를 목격했고
수없이 조언을 들으며
그들의 두려움을 행동 지침으로 삼았다
난 실패가 싫었고,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무서웠고, 실패한 후
실패자가 된다는 것도 싫었다
성공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삶,
실패하지 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었지만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
고백은 했지만, 상처는 적었다
나는 성공적으로 방어했고,
그곳에 실패는 없었다
 
내가 오늘 아침 일어나지도 않은 채
일어나기 싫은 이유는
그저 하루 더 방어를 해야 하는
고단함일 뿐,
성공과 실패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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