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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아들아

 

아들아

울지 마라

나는 그런 자격이 없다

 

애비라는 나는

네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탄생의 축복에 기뻐하기보다

앞으로 포기해야할 저질 같은

욕망들의 개수를 세며

내 지갑의 잔고를 비벼보았다

 

너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조금씩 넓혔던 집 평수와 자동차도

뒤이은 불행이 닥치면 쉬이

너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네가 대학에 떨어지던 해,

가장 슬펐던 건 네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이 아니라 내가 포기해야할

작은 욕망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들아, 울지 마라.

어차피 나는 그 눈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

저 쉼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피 같은 돈을 쓰지 마라

하루에 그 녀석이 몇 번을 다녀가도

여전히 나는 망쳐버린 인생이다

 

아들아, 이제 그만 나를 보내고

잊은 채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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