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울지 마라
나는 그런 자격이 없다
애비라는 나는
네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탄생의 축복에 기뻐하기보다
앞으로 포기해야할 저질 같은
욕망들의 개수를 세며
내 지갑의 잔고를 비벼보았다
너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조금씩 넓혔던 집 평수와 자동차도
뒤이은 불행이 닥치면 쉬이
너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네가 대학에 떨어지던 해,
가장 슬펐던 건 네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이 아니라 내가 포기해야할
작은 욕망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들아, 울지 마라.
어차피 나는 그 눈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
저 쉼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피 같은 돈을 쓰지 마라
하루에 그 녀석이 몇 번을 다녀가도
여전히 나는 망쳐버린 인생이다
아들아, 이제 그만 나를 보내고
잊은 채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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