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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책과 영화

[영화]베니스의 상인

 

'베니스의 상인'은 고전인 만큼 지금 감상하기엔 사실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영화이다.

허나 유명한 만큼 여러 가지 논쟁거리를 알려주기도 하여 수업에서 많이 사용된다.

나 또한 대학교 수업에서 토론 과제였기에 찾아서 보게 되었다.

열심히 본 만큼 아까운 마음에 글을 남긴다.

 

1. 영화의 배경과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제목처럼 베니스이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1) 중세 기독교 사회

 2) 유태인 차별(부동산 소유 금지+거주지 지정+외출 시 빨간 모자 착용)

 3) 고리대금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유태인

 다른 배경도 있지만 위 세 가지 요소가 작품의 핵심인 듯 하다.

 

 간단한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평소 공개적으로 고리대금업을 하는 유태인(샤일록)을 비판하던 기독교인(안토니오)이 그의 친구 베사니오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쓴다. 문제는 평소 자신에 대해 공개적 비판과 멸시를 하던 안토니오가 돈을 빌리러 오자 샤일록도 복수심에 무이자 3개월로 돈을 빌려주되 기간 내에 갚지 못하면 심장 부근의 살 1파운드를 대신 받는다는 약간 무리한 계약을 요구하게 되고 그걸 안토니오가 수용하며 거의 신체포기각서를 쓰는 것과 같은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한편 베사니오는 친구의 신체를 담보로 빌린 돈을 이용하여 벨몬트에 구혼을 하러 떠난다. 벨몬트에 사는 귀족의 딸 포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상자 문제를 해결한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는 상황이었으며, 다른 나라의 왕자들과 몇몇 사람들이 이 문제에 도전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하지만 베사니오는 가볍게 문제를 해결하고 포샤와 결혼을 성공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안토니오는 자신의 상단이 모두 침몰하여 돈을 갚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재판을 요구한 샤일록에 의해 심장 부근의 살 1파운드를 도려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소식은 벨몬트 까지 전해졌으며, 당연히 돈을 갚아야 할 장본인인 베사니오는 아내인 포샤의 지원을 받아 베니스로 향하게 되고, 동시에 변장한 포샤도 가짜 신분으로 재판에 참여하게 되는 데 이 재판 상황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샤일록은 재판에서 패했고, 재산은 거의 몰수당했으며, 베사니오와 안토니오, 포샤는 잘 먹고 잘 산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좀 자잘한 얘기들은 생략함.)

 

 

2.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요 논쟁거리

 

 총 세 가지 정도의 장면(사건)이 주요한 논쟁거리이다.

 

1)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재판

 

 영화의 핵심이자 가장 많이 언급되고 인용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체 과정을 개요식으로 정리하자면,

 

 -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3000다켓을 빌리고 차용증을 씀.

 - 안토니오가 기간 내에 갚지 못함(계약 위반)

 - 샤일록이 심장 부근의 살 1파운드를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함.

 - 공작과 배심원 등 다수가 기독교인 상황이라 재판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됨.

 - 마지막 공판에 베사니오와 포샤가 등장

 - 베사니오가 두 배의 돈을 주겠다고 했으나 샤일록이 거부함.

 - 포샤(재판장으로 변장)가 자비를 베풀라고 했으나 거부함.

 - 포샤가 정당한 권리라고 인정하며 안토니오의 살을 베어가라고 함.

 - 샤일록이 살을 베려고 하자 잠시 정지시키며 피는 흘리면 안 된다고 협박함.

 - 만약 피를 흘릴 경우 베니스법에 의해 전 재산을 몰수하며, 베어간 살의 무게가 1g이라도 차이가 날 경우 사형에 처한다고 함.

 - 샤일록이 살을 베어가길 포기하였으나 포샤는 시민이 이민족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전 재산을 몰수하여 반은 국가에 반은 피해자에게 줘야하며, 목숨은 공작에게 달렸다고 판결함.

 - 샤일록은 망연자실하여 쓰러졌고, 안토니오는 자비를 베푼다며 반의 재산을 잠시 보관하다가 딸에게 준다고 함. 대신 기독교로 개종해야한다는 조건을 닮.

 - 샤일록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기독교로 개종+재산 탕진 마무리.

 

  재판에 대해 내가 생각해 본 논쟁거리는 아래와 같다. 

 - 사람의 신체를 담보로 한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계약은 합당한가?

 - 만약 합당하지 않다면 원천무효로 하여 3000다켓을 돌려주면 되지 않을까?

 - 계약이 합당하다면 당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너무 경시하는 것은 아닐까?

 - 재판 과정은 과연 공정했는가? 다수의 기독교인들에게 둘러싸인 샤일록에게 너무 불리한 것은 아닌가?

 - 샤일록이 끝까지 살 1파운드를 고집한 것은 단순한 악의 인가? 민족적 저항 정신은 아닐까?

 - 재판 결과 살 1파운드를 가져가라고 했으나 피는 안 된다고 한 것은 억지 주장이 아닌가?

 - 재판 결과 살 1파운드를 가질 권리는 인정해놓고, 그 재판 결과를 이행하려는 샤일록에게 목숨을 위협했다며 재산을 몰수 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 목숨을 위협한 것은 샤일록이 아니라 오히려 재판의 결과가 아닌가?

 - 정식 재판관이 아니라 신분을 속인 포샤가 내린 판정은 과연 유효한 것인가?

 - 만약 샤일록이 자비를 베풀었다면, 재판 이후 그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태도는 변화할까?

 - 재판에서 보여지는 '자비'의 모습이 너무 선택적이지 않은가?

 - 자비라는 용어 자체가 강자와 약자를 전제하는 것인데, 샤일록은 강자가 맞는가?

 

 재판에 대해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있겠으나, 나는 최근 본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가 떠올랐다. 소설 자체가 기독교 세계관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약간의 왜곡된 전달 존재)과 시대 상황을 볼 때 샤일록은 유태인들의 입장에서는 거의 영웅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항거에서의 유관순 열사도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아주 악독하고 골치아픈 존재였다. 샤일록도 기독교인들에게 그런 존재였으며, 빌려준 돈 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제시했음에도 샤일록이 거부했다는 사실 등도 그가 단순히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행동하는 인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단순히 복수심+악의로 그런 판단을 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그 속에는 민족 정신이 있지 않았을까.(물론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2) 벨몬트 귀족 딸을 얻기 위한 상자 게임

 

 상자 게임은 실로 유치하다.  

 세 개의 상자(금, 은, 납으로 만들어진) 중 한 가지에 포샤의 초상화가 들어있고, 남자는 어떤 상자에 포샤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지 맞히면 끝나는 게임이다. 당연히 답은 '납' 상자이고, 사물의 '겉' 만 보지말고 '속'도 봐라, 정도의 교훈을 전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재밌는 사실은 아래와 같다.

 첫째, 교훈과 다르게 포샤는 매우 외모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보기에 비호감인 외국인들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수를 쓰던가, 투덜거리는 장면이 나오며, 반대로 베사니오는 보자마자 통과되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른다.

 둘째, 상자 시험을 볼 때 포샤의 얼굴만 봐도 답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이는 상자 게임을 통해 결혼 상대를 정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합당하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된다.

 셋째, 외국인들의 이미지가 너무 희화화 되어 표현된다. 약간의 민족 우월주의가 느껴지는 면이 있다.

 

 더불어 논쟁 할 만한 점은

 - 딸의 결혼을 게임에 맡기는 아버지의 유언, 꼭 따라야 할까?

 - 상자 게임의 의도는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는 인간을 고르는 것인데, 이는 동시에 겉과 속이 일치된 인간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힌트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이면의 의도를 유추하여 납상자를 고르는 사람이 과연 그런 사람일까?

 - 친구에게 돈을 빌려 상자 게임에 참여한 베사니오의 태도는 옳은가? 갚지도 못할 도박을 한 것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상자 게임은 좀 유치한 면이 있다. 오히려 게임 자체 보다는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베사니오와 포샤의 이중성을 고발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

 

3) 결혼 반지 갈등

 

 영화의 마무리 단계에서 불쑥 등장하는 결혼 반지 갈등, 하지만 재판 상황에서 안토니오에 대해 과도한 우정을 외치는 베사니오를 보며 포샤가 골탕을 좀 먹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던진 문제라고 생각된다.

 상황은 대략 재판이 끝난 후 안토니오의 은인인 재판관에게 베사니오가 돈을 지불하려 했으나 재판관은 다른 모든 보상을 거부하고 베사니오가 끼고 있던 결혼 반지를 요구한다. 절대 빼지 않겠다던 아내와의 약속이 있어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안토니오의 재촉과 재판관의 단호함에 못이겨 결국 반지를 주게 되는데, 집으로 돌아간 이후 포샤에게 곤경을 겪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단순히 우정 VS 사랑의 느낌도 나고, 생명의 은인에게 줄 수 있냐, 없냐, 그런 얘기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생명의 은인인 포샤가 다 아는 상황에서 장난치는 상황이라 별로 의미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실제 크게 싸우지도 않고 다시 맹세를 하며 끝났으니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

 다만 나는 이 에피소드가 앤딩에 나오는 샤일록의 딸, 제시카가 끼고 있던 반지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복선이 아닐까 추측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샤일록이 말도 없이 집을 나가 기독교인과 결혼한 제시카의 행방을 찾는 중 제시카가 그 반지를 팔아버렸다는 사실을 듣고 샤일록이 크게 좌절하는 장면이 있다. 그 반지는 샤일록이 아내에게 준 결혼 반지로 큰 의미가 있었는데 제시카가 그것을 팔았다는 것은 가족을 버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인듯 하다. 하지만 엔딩 장면에서 제시카가 반지를 어루만지는 모습이 등장하며 소문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개인적인 느낌에 이 장면은 샤일록에 대한 마지막 조롱이 아닌가 의심된다. 결국 샤일록은 사실이 아닌 것에 휘둘리고 재산을 탕진해버린 바보 같은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

 

 

아래는 가장 중요한 재판 상황을 캡처한 것이다. 대사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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