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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책과 영화

[책]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_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

 

제목과 같이 하루를, 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옮겨놓은 책이다.

주인공은 이반 데니소비치. 작중에서슈호프라고 더욱 많이 불리 운다.

작품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호흡이 없다. 있겠지만 외관상 없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단원의 구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자랑하는 군대 보다 훨씬 인간적이지 못한 하루가 슈호프에게는 끝도 없이 지속된다.

말 그대로 끝이 없다. 힘들게 10년의 형기를 마쳐봐야 다시 기간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삶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제외한 인간 본연의 개인적인 차원에서 드는 의문이다.

 

 ※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photo-690503/

 

주인공이 죄수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 중 포로가 되었다가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죄다 말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는 그런 인물들이 넘쳐난다.

그 당시의 소련은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간첩도 있었겠지만.

 

인간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위대한 혁명 중의 하나인 러시아 혁명 이후,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 세계를 양분해서 가진 마르크스주의의 현실 판인 소비에트 연방,

그 위대한 배경을 가진 이 소설은 빛나는 역사적 업적만큼이나 어둡다.

아마도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대부분 그렇지 않나 생각되긴 한다.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이 소설이 단순히 어둡기만 하고 침울하기 만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잘 읽히고 재밌어서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 어두운 와중에 조금 잘난 주인공의 모습이 주는 위안이란.

 

위대한 사상은 인간의 욕망으로 얼룩진 어두운 현실에서 태어나지만

결국 개개인의 타락과 욕망까지 조절하지는 못한다.

훌륭한 사상가는 그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여 조금 더 세상을 밝게 하고자 노력하지만 모든 개인이 훌륭하게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 또한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인간의 욕망을 너무 간과한 탓에 결국 소멸하였다.

하지만 분명 사회주의가 태동하기 이전의 사회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기존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며 들불처럼 번진 그 사상은 인간의 또다른 욕망을 대변한 것 같기도 하다. 한편 다시금 우리를 되뇌어 볼 수 있게 만드는 이런 작품 또한 그 배경속에서 나왔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2679754/ 

 

이 책은 분명 사회주의가 점령한 소련을 비판한다.

작가의 삶에서 비롯된 자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는 소설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가혹한 그 당시의 상황이 문장마다 절절히 와 닿는다.

영국 장군에게 선물을 받아 수용소에 들어온 함장의 얘기는 기가 막힌다.

애초에 사상범이라는 것이 가당키나 한 죄목인지. 분노도 일어난다.

먼 과거도 아닌 우리나라 또한 비슷한 시기를 얼마 전에 겪었으니, 남의 나라, 상관없는 인생이라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이 작품에 노벨 문학상을 안긴, 그 당시의 반대쪽에 서있던 사람들의 진정성 또한 의심되기는 마찬가지다. 나쁜 의도든 좋은 의도든 말이다.

 

다시 개인적 삶으로서 작품을 느껴보자..

약간의 생선이 들어간-맹물에 가까운- 따뜻한 국물을 감사히 먹는 슈호프.

300g의 빵을 반으로 쪼개어 끼니를 나누어 먹는 철저한 슈호프

빵 껍질은 남겼다가 국물을 깨끗이 먹기 위해 사용하는 노련한 슈호프.

시베리아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허투루 벽돌을 쌓지 않는 슈호프.

아무리 담배가 피고 싶어도 남의 음식을 먹고 싶어도 절대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슈호프.

그러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이며 계산적이기도 한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처음에 언급했지만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인간의 삶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당연히 나도 잘 모르겠다. 문득 쿵푸펜더의 사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현재는 선물과 같다고, 그래서 'present'라고.“

하지만 슈호프에게 그 하루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는 끝없이 그 속에서 새로운 선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살아있다는 것은 새로운 선물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인 것 처럼.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254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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