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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밤엔 창밖이 보이지 않는다

그 테이블에 처음부터 혼자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갔고 나의 자리가 그 곳 말고는

따로 없었기에 어찌 보면 자연스런 결과였다

굳이 둘러보면 더욱 내 자리가 초라해질까

담담한 척 정면의 빈자리만 응시한다

어느새 어두워진 창밖은 보이지 않았고

덩그러니 앉아있는 내 모습만 창에 남아있었다

즐거운 소란의 늪에 빠져 고요해져 버렸다.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말이 필요한 상태였다

침묵 속에 공기가 빠져 숨이 막혀왔다

울그락푸르락 무언가 들끓어 올라 손발이 통제되지 않는다

그 순간, 뜨거운 기운이 테이블 전체를 감싸고 솟아올랐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휴지들과 잔 속에 버려진 소주들이

날아올랐다

무게감이 사라지고 발밑으로 숙소가 보인다

창속에는 여전히 낯선 즐거움이 넘쳐흘렀지만

더 이상 내 발목을 휘감지는 못했다

별빛을 밟으며 돌아가는 길은 어둡지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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