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의 내
개념과 이론이 필요 없던 시절,
무언가 뜨겁고 원대한 것들이 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그날의 상상들,
그 상상들을 먹는 벌레가 나도 모르게
뇌 속에 자리를 잡고 수십 년을
살찌우고 커져가고 있었음을 모른 채
나는 나의 메마름을, 그 거친 파편들을
나의 탓인 양, 나의 덕인 양
그저 채찍만 든 채 몰아 부치고
이제사 그것마저 무의미함을 알아버리고
머리를 떼어내고자 귀도 닫고 눈도 닫고
입구마저 꿰매버리고 그 잘난 녀석
굶겨죽이고 말려죽이고
숨통마저 틀어쥐려고 갖은 애를 쓰는데
이놈의 벌레는 그저 부족하다 싶은
곳곳을 채워가며
나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어
결국엔 내가 되어
나도 모르겠다, 맡겨버리고
난 다시 상상의 틈으로 들어가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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