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에 대한 반응 1
박 정 은
나는 머리 뒤에 눈이 없다-
알 수 없는 불안함.
그 공포는, 아니 나의 손끝은,
세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오롯이 이기적인 재단을 시작했다.
손끝으로 잰 세계 속은,
존재의 머리끝부터 발끝, 손의 크기와 다리의 길이를 담고 있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 세상은 나의 몸에 적확하게 맞았다.
그제 서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어둠 속 좌표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확한 세계는
그 어떤 아름다운 단어도 공간(空間)을 가질 수 없었고,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아 버려진 단어들은
혀끝을 맴돌다 불편한 갈증을 만들어냈다.
그 어떤 단어도 차지할 공간(空間)이 존재하지 않았나-
아니, 세상에는 태초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허(空虛)하다-
그렇게 온 세상이 떠나가던 날,
이해할 수 없는 허기(虛氣)가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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