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문화/나의 시

작아지면 날 수 있을까

작아지면 날 수 있을까

 

 

추락은 자연의 본능이다

그 때도 그는 시나브로 떨어져갔다

점이 점점 커지며 경악과 공포로 가득 찬 눈빛이 서로 마주친다

아이는 그 순간, 거꾸로 날아오르는 기분에 빠져버렸다

도로시의 여행처럼, 잔잔한 회오리 속의 낙엽을 깔고 앉아

알라딘의 모험처럼, 소망은 하나씩 이루어져 갔다

단 몇 초의 공백이 그려낸 이야기는 '퍽' 소리를

신호로 붉은 장막에 가려진다

아이는 그 후 다시 날아오를 궁리를 한다

그 역행은 마치 시간의 역행과 같다고 믿는다

날아오른다면 다시 떨어질 수 있겠지

날아오르기 위해 떨어지는 모든 것들을 살피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날아오르는 모든 것들을 따라한다

아이는 가벼워질 필요를 느낀다

막대를 닮아가던 아이는 결국 혼미한 정신 속에

구름을 보고, 별을 만났지만 다시 떨어질 수는 없었다

반응형

'문학&문화 >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7.05.30
아름다운 이별  (3) 2017.05.30
참치김치찌개  (5) 2017.04.25
메아리  (0) 2017.04.25
해금강  (0)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