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문화/나의 시

화분

주르륵 늘어선 화분들에 꽃이 한 송이 핍니다.

홀로, 홀연히 핀 꽃이 외로워 보입니다.

다른 꽃 피어보려 조금 더 정성을 쏟습니다.

물이며, 바람이며, 흙이며. 갖은 정성을 다합니다.

며칠 뒤 또 한 송이 얼굴을 내밉니다.

이에 기뻐 또 물이며, 바람이며, 흙이며.

열정을 쏟아냅니다. 며칠 뒤 또 한 송이 웃어줍니다.

저도 함께 웃었습니다. 한 송이, 한 송이에 제가 들어갑니다.

 

허나 몇 날을 쏟아낸 정성에도 답이 없는 화분 하나 있습니다.

이제 그 화분만 눈에 들어옵니다. 다시 또 정성으로,

열정을 다합니다. 이미 핀 꽃들은 하나씩 다음 생을

준비하건만 그 화분만 대답이, 웃음이 없습니다.

본 적도 없는 그 꽃을 그리고 그리워하고 하염없이

염원하다 결국 제 손으로 문을 열고 물어봅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냐,

내 마음이 충분하지 않더냐

 

여전히 대답 없는, 썩은 씨앗 하나 들고

저는 그렇게 원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응형

'문학&문화 >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꿀벌  (0) 2017.04.03
거울  (0) 2017.04.02
그 방  (0) 2017.03.22
소수의견  (0) 2017.03.16
손님  (0) 201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