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르륵 늘어선 화분들에 꽃이 한 송이 핍니다.
홀로, 홀연히 핀 꽃이 외로워 보입니다.
다른 꽃 피어보려 조금 더 정성을 쏟습니다.
물이며, 바람이며, 흙이며. 갖은 정성을 다합니다.
며칠 뒤 또 한 송이 얼굴을 내밉니다.
이에 기뻐 또 물이며, 바람이며, 흙이며.
열정을 쏟아냅니다. 며칠 뒤 또 한 송이 웃어줍니다.
저도 함께 웃었습니다. 한 송이, 한 송이에 제가 들어갑니다.
허나 몇 날을 쏟아낸 정성에도 답이 없는 화분 하나 있습니다.
이제 그 화분만 눈에 들어옵니다. 다시 또 정성으로,
열정을 다합니다. 이미 핀 꽃들은 하나씩 다음 생을
준비하건만 그 화분만 대답이, 웃음이 없습니다.
본 적도 없는 그 꽃을 그리고 그리워하고 하염없이
염원하다 결국 제 손으로 문을 열고 물어봅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냐,
내 마음이 충분하지 않더냐
여전히 대답 없는, 썩은 씨앗 하나 들고
저는 그렇게 원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