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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로진학

진로교육의 패러독스

 

진로 교육..

어느샌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며 인생의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 처럼 취급 받고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을 간략히 정리하여
인생의 갈피를 못잡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몰라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로 보다는 진학이 가까웠다.
어느 학교를 갈 것인가..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교까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로 보내고자 학부모도 교사도 야단이었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써 나의 고등학교 시절,
매우 우수했던 한 친구가 경찰대학교를 가기 위해 서울대를 가지 않는다고 하여
담임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
정반대의 예로는 성적이 매우 낮은 한 친구는 진학 상담 자체를 매우 약소하게
형식적으로 받아서 담임을 원망하기도 하였다.


그런 덕분에 잘난 놈이든 못난 놈이든 대한민국 대부분의 어른들은 학교에 대해 안 좋은 추억으로 현재의 교사들을 대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 글이 교사에 대해 책임을 묻고자 쓰는 글은 아니다.
사실 조금 더 안을 들여다 보면 교사도 어찌 할 수 없는 환경이 있기에
한편으로는 같은 피해자일 뿐이다. 교사 이외에 아무도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무튼 그러던 것이 진학에서 진로로 키워드를 바꿔탔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중요한 계기는
천대 받았던 직종, 기피 받았던 직종에 종사하던 이들의 대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진로 교육에 항상 등장하는 사람이 박지성, 김연아, 박찬호, 박세리 등
수많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그리고 특이 직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진로교육의 예로써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중소기업 근로자도 일용직 종사자도 정반대편의 판검사, 의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 자체가 진로 교육의 문제점이다. 그런 사람은 전체 인구수에 비해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다.
진로교육은 보통교육의 일환으로 다수가 대상이 되고 다수가 고민하는 바를

대변해야 한다.
진로교육 대두의 또다른 원동력은 학습기간의 연장과 청년실업의 대두,

고학력자의 양적 증가에 따른 대학 교육에 대한 회의감 등이다.
즉, '공부를 해봐야 돈이 안되더라!' 라는 인식의 만연이다.
그 말은 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는 공부를 하던,

활동을 하던 해야 한다는 인식의 만연과 같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이 걸핏 하는 이야기가

"그거 배워봐야 먹고 사는데 도움이 안 되잖아요" 이다.
아니면 그냥 취직이나 할래요~ 공부하기 싫어요~ 이다.

진로교육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의 평등과 실용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공교육의 반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정신차리고 3학년때만 열심히 하면 역전할 수 있던 구조를
학창 시절 내내 잘 생활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는 것 마냥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입학사정관제이다.
강사들이 많이 하는 말이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입니다" 이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일관된 장래희망과 대외 활동을 요구하며,
동시에 걸맞는 성적도 요구하며, 어른들이 보기에 매우 완벽한 인성까지 생기부에 써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학교 진로 교육도 마찬가지다.

에듀팟에 계속적으로 자기가 읽은 책을 올리고, 봉사활동 실적을 올리고,
꽤 먼 미래에 자기가 종사할 직업과 관련된 활동을 기록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라고 한다.

그거 과연 전국에 몇 명이나 하며, 정말 하고 싶어서 할까??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진로는 선택이며, 선택은 알고 나서 할 수 있는 것이며, 무언가 안다는 것은 그것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경험은 너무 제한적이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말인가??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진로는 배제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정말 미래에 자신이

이 것 만큼은 하기 싫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하기 싫은 것은 그것을 해봐야 아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에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한 분야에 너무 꽂히는? 일이다.
스스로 자기 암시를 거는 일이다. 스스로 그 분야에 머물기 위해 다른 분야를 멀리하는 일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그 분야에 종사하게 되더라도 좋지 않은 태도이다.

높은 경지에 다다른 인물의 대부분은 다른 분야의 일에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그 사람이 우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심과 그로 인한 식견이 그 사람을 자신의 분야에서 우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진로 교육의 첫 번째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져라!! 라고 말하고 싶다.
(이 지점에서 학교 공부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진로는 결국 직업을 선택하는 것인데, 이 시대의 직업은 너무나 많다고 항상 어른들은 말한다. 하지만 직업이 아무리 많아도 기본적으로 사람이 가지는 능력과 지식의 범주는 한계가 있다.

즉, 직업은 그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어느 정도의 큰 범주에서 묶어질 수 있다.
흔히 그러한 큰 범주를 직업군이라고 표현하는데
학생들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 직업이 아니라 직업군이어야 한다.
이것은 대부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목적지향적인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면 난 "아이돌"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돌은 가수, 더 크게는 음악관련 종사자의 일부분이다.

즉, 꿈은 음악관련 직업이어야지 아이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돌이 꿈인 학생이 늙으면 어쩌려고 하는 것인가?
의사나 판사가 꿈인 경우도 마찮가지다. 안되면 어쩌려고?? 의지만으로 안되는 일은

세상에 무척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편으로 정확한 직업을 선택하는 이면에는 인간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직업을 통해, 즉 꿈을 이룬 후에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에는 관심이 없고
그 직업이 가져다 주는 혜택과 스스로의 만족 또는 주위의 시선에만 초점을 둔 선택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지는 것은 매우 젊은, 어찌보면 어린 나이이다.
직업을 가진 이후로도 많은 고민과 후회 속에 살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하고, 사표를 내고, 술 먹으며 힘들어 한다.

그것은 비단 직업을 잘 못 선택해서 생긴 일이 아니며,
성인이 되어 어떤 직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이 가져다 주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보다 즐겁게 일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직업 또는 직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그 이득까지도)
그 직업 또는 직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삶을 다양하게 즐기길 바라며 마무리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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