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교육 칼럼

[8화]잘 혼내는 법

1. 교사의 잘못 VS 학생의 잘못

학교에서 혼나고 혼내는 일은 빵집의 빵 만큼이나 흔한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흔한 일들이 조금(물론 때론 많이) 잘못되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쌓여 지금의 교육 불신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을 행하는 학교에서 혼내고, 혼나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인간 관계에서 이 행위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 상황은 아주 쉽게, 그리고 자주 발생하지만 교육적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린 어렴풋이 그 원인을 추측하고 있을 것이다. 

우선 문제의 주체를 누구로 상정하냐에 따라 해결 방법도 달라진다. 

교사의 잘못인가, 학생의 잘못인가.(완전 일방은 없겠지만)

두 주체의 양자택일로 문제를 가지고 가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교사'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할 것 같다. 

이유는 명확하다.

1) 교사는 학생보다 어른이다. 즉, 어른의 대처와 학생의 대처를 동일수준으로 놓을 수 없다. 

2) 교사의 직무가 교육적 결과를 불러오는 것인데 그것에 실패한 것은 결국 직무에 실패한 것이다.

3) 학교는 전 국민이 한 번은 거쳐간 곳이다. 그들은 교사의 감정조절 실패 사례를 분명 경험했다.

조금 더 이유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딱 떠오르는 이유는 위의 세 가지이다. 

그래서인지 대중 문화에 등장하는 교사의 모습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대중 문화에 그려지는 교사들은 대부분 학생들을 억울하게 혼내고, 그들의 변명을 잘 들어주지 않고, 다소 폭력적이고 감정적이며 비합리적인 태도를 보인다.

딱 그 만큼이 현재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교사들의 모습일 것 같다.(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래서 '잘 혼내는 법'과 '혼나지 않는 법' 중 더 중요한 것은 '잘 혼내는 법'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 생각에 그리 명확한 해결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글은 사실 방법론은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 사진출처 : https://www.canva.com/photos

2. 혼나다 VS 혼내다

'혼나다'와 '혼내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았다.

아래는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결과이다. 

혼나다

1. 매우 놀라거나 힘들거나 시련을 당하거나 하여서 정신이 빠질 지경에 이르다. 

2. 호되게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다

혼내다 : 호되게 꾸지람을 하거나 벌을 주다.

'혼나다'의 뜻이 두 가지임에 비해 '혼내다'의 뜻은 한 가지이다. 

즉, 혼내는 행위는 아주 단순 명쾌한 것 같다. 여러 상황에 쓰는 말이 아닌 것이다. 

반대로 '혼나다'의 두 뜻을 연결시켜 보면 혼나는 것은 "호되게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아 매우 놀라거나 힘들어 정신이 빠질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연결시켜 놓고보니 참 무서운 말이다. 좀 과장되긴 하지만.

사람이 사람의 정신을 빠질 지경으로 만드는 행위, 그것이 혼내는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부모와 교사는 유념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자신이 행하는 행위의 무서움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금 더 생각하지 않을까.

간혹 장난으로 혼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국은 장난으로만 잘 끝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수순일 지 모른다. 

때문에 혼내는 행위는 그 결과가 매우 심각할 수 있으니 반드시 필요할 때, 상대방이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3049841/

3. 교사가 화내는 상황과 학생이 억울한 상황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화낼 때는 분명 그 이유가 있다. 

옳든 그르든 이유는 있다. 갑자기 시비걸듯이 화내는 교사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가끔 학생들은 그런 교사들이 있다고 믿지만, 이유를 알기 힘들 뿐 있긴 있을 것이다.)

그럼 교사들은 어떤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화낼까? 

교사들이 흔히 화내는 상황을 열거해보겠다.

- 교사가 화내는 상황

1)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 (오히려 당당할 때는 더욱 심각해짐.)

2) 지속적으로 거짓말 할 때 (또는 그렇다고 믿을 때)

3) 교사의 지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속적으로 무시할 때 (보통 수업 상황에서)

4) 다른 수업 또는 교사와 비교할 때 (특히 수업을 듣지 않으며)

5) 학생이 교사의 외모와 패션에 대해 지적할 때 (교사마다 대처는 다르지만)

6) 교사를 또는 학교를 목적지향적으로 대할 때 (자괴감 같은 것에 빠지는 듯)

다소 추상적이지만 정말이지 모든 상황이 너무나 흔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위 상황은 동시에 학생이 '억울한 상황'에 해당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위 상황에서 학생들이 억울해 할 경우(진위여부는 떠나서) 교사는 가볍게 혼낸다는 마인드에서 더욱 심하게 혼내는 마인드로 바뀔 가능성이 크고 그런 상황은 학생들에게 더욱 억울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결국 상황은 꽤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억울함을 풀지 못한다면 그건 더욱 억울할 테니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사실 교사가 '화내는 상황'과 '혼내야 하는 상황'은 같은 것이 아니다. 

위 상황들은 화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꼭 혼내야 하는 상황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교사가 혼을 내야 하는 상황은 몇 가지 조건이 있는 것 같다. 

첫째, 학생이 도덕과 규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

둘째, 그럼에도 학생 스스로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가볍게 여길 경우

셋째, 혼내는 행위가 그러한 가치를 가르쳐 주기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 혼낼 필요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도 쉽게 화나는 상황으로 넘어갈 수 있고, 반대로 화는 나지만 혼을 내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에 늘상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때로 감정 때문에 너무 쉽게 상황을 판단해 버리기도 하기에 감정은 가장 위험한 요소 중 하나이다. 

※ 사진 출처 : https://nicemen.wordpress.com/virago/

한 가지 흔한 상황을 살펴보자. 

# 상황. 학생이 수업 시간에 5분 정도 늦게 들어온 경우

 - 교사 : 지금 몇 분이야, 뭐하다가 지금 와?

 - 학생 A : 안 늦었는데요.(진심)

 - 학생 B : 종치고 바로 왔는데요.(거짓말)

 - 학생 C : 보건실 갔다 왔는데요.(거짓말)

 - 학생 D : 담임 선생님 심부름 갔다 왔는데요.(거짓말)

 - 학생 E : 죄송합니다.(거짓말) 

위 상황에서 학생 A는 진심이며, 나머지 학생들은 적당한 거짓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교사는 누구를 혼내야 할까?

감정적으로는 학생 A에게 가장 열 받는다. 왜냐하면 교사의 입장에서 종은 쳤고, 학생은 5분 뒤에 교실에 들어왔으며, 그 이유를 물은 것인데 당당히 안 늦었다라고 하니 열 받을 수 밖에.

하지만 학생 A는 진심이다. 

왜냐면 교사가 2분 늦게 들어왔고, 학생 A는 종 칠때 교실에 있었지만 교사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에 잠시 화장실에 가레침을 뱉으러 갔다 온 것으로 본인의 생각으로는 자신이 늦은 것이 아니라 교사가 늦은 것이며, 다른 늦은 친구들이 많아 이상하게 꼬인 것 뿐이다. 

조금 억지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의외로 이런 상황은 많다. 더구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 아니라면 크게 늦었다고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있기에 진심으로 학생은 안 늦었다고 발언 한 것이다. 물론 너무 앞 뒤 다 잘라먹긴 했지만, 그건 본인이 자른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말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됐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나머지 학생들의 말도 100% 믿지는 않겠지만, 학생 A의 존재감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학생 A가 이후 혼나게 된다면 무척 억울해 할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혼날 경우 안 억울해 할까? 다른 학생들도 억울할 것이다. 

왜냐하면 진실이던 거짓이던 자신의 말을 교사가 믿어주지 않았다고 느낄 테니까. 

그리고 한편으론 5분 정도 늦은 걸로 혼날 일인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 교사가 혼내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

대부분의 교사들은 만약 그냥 지나간다면 일 년 내내 늦는 학생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상 그랬고, 많은 선배 교사들이 그렇게 조언했으니까. 

그래서 교사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누군가를 혼내긴 해야 한다. 그래야 수업을 지킬 수 있고, 제 시간에 앉은 학생들에게 면이 설 것이다. 적어도 수업 시간은 약속이 아닌가, 이유가 어떻든 늦으면 안되고 만약 늦는다면 사전에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막상 학생들에게 얘기하고 나면 학생들은 미리 얘기 할 수 없었던 사정과 교사도 늦지 않았냐고 되려 따질지도 모른다. 교사는 더욱 위기 의식을 느낄 것이고 언성은 높아지며, 결국 현장에는 슬픈 피해자만 남게 된다. 혼내야 했던 상황이 화내는 상황으로 바뀌고, 동시에 억울한 상황도 발생한 것이다.

진부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상황으로 흐르게 된다.

혼내야 하는 상황과 화내는 상황, 억울한 상황은 물고 물리며 서로를 부추기는 관계이다. 

결국 '정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부추겨지면 안 된다.   

'교사가 화내는 상황'을 열거했지만 사실 교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상황도 사람이 사람에게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낸다면 그건 이미 교육을 떠난 것이다. 

이미 그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4. 잘 혼내는 법

윗 사람에게 맞추는 것 보다 아랫 사람을 잘 이끄는 것이 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니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랫사람에게 정성을 쏟고 훨씬 많은 모범을 보여야 하고, 늘 한결 같아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런 존재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혼내는 것이므로 개인적으로 혼내는 것도 좀 멋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런 마음에 잘 혼내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혼내기 전에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지금은 혼을 내야 하는 상황인가? 반드시 혼내야 할까?

둘째, 누구를 위해 혼을 내야 하는가? 학생을 위해 하는 행동이 맞는가?

셋째, 감정적으로 평온한가? 혼내고 난 뒤 학생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는가?

넷째, 어떤 가치를 위해 혼내는 것인가? 깨달음을 줄 수 있는가?

다섯째, 혼내고 난 뒤 어떤 상황이 올 것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혼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는다. 

혼내는 것은 평소보다 조금 크게, 강조하여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혼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흔히 '누가' '누구에게' 혼났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왜' 혼난 것이며, 그 후로 '어떻게' 변화하였나, 이다.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면 분명 교육적 행위를 한 것이라고 믿을 수 있지 않을까.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2724241/

5. 요즘

사실 요즘에는 혼내는 교사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체벌과 벌점이 사라진 후 '학교생활기록부'를 최후의 무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도구가 있어야 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사회의 요구가 너무 매정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숨어 있을 수는 없다. 

교육에 있어 가장 큰 무기는 교사 자신의 가치와 그 공유에 있다고 믿는다. 

세상은 학생의 수 만큼 다양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학교 교육은 교사의 수만큼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교사들의 가치가 전달 될 수 있도록 응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




반응형

'교육 > 교육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9화] 적성과 흥미  (0) 2020.03.11
[에세이] 평가의 슈뢰딩거 고양이  (0) 2019.12.17
[7화]스승의 날  (0) 2018.05.19
[6화]교사의 승진  (0) 2018.02.12
[5화]변명 & 거짓말  (1) 201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