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문화/나의 시

카레

그는 사흘째 카레를 먹었다.

사흘 동안 세 번의 식사를 했고 세 번의 카레를 먹었다.

카레는 나흘이 지난 상태였지만 여전히 며칠 분은 남아있었다.

나흘 전, 그의 어머니께서 다녀가셨다.

이제 이틀 후면 다시 그의 어머니는 비어 있는 자취방에 들어와

무언가를 만들 것이다.

아마 지난 방문 때 넣어뒀던 장어나 낙지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사내는 밥을 챙겨 먹으라는 간단한 쪽지에 눈물이 났다.

매번 늦은 퇴근에 제대로 얼굴도 못보고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어머니

그 늙은 손으로 가득 채운 냉장고, 그 먼 길을 들고 오셨을 음식들

홀로 빈 자취방에서 음식을 하며 어머니는 어떤 근심을 만드셨을까.

근심의 무게로 밥알 하나하나가 무겁다.

사내는 밥을 최대한 아껴먹었다. 최대한 느린 속도로

 

이제 내일이면 오실 어머니를 위하여 사내는 음식을 하려고 했다.

밀린 설거지를 하고, 메뉴를 생각해본다.

어떤 음식을 할까, 어머니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나.

생각하다 어머니가 내일 어떤 음식을 준비하실지 궁금해진다.

결국 사내는 음식을 하길 포기한다.

조금 부족한 아들이 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반응형

'문학&문화 >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껑충껑충  (0) 2017.08.31
경계에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0) 2017.08.28
저어새  (0) 2017.08.19
그는 말하고, 나는 듣는다.  (0) 2017.07.19
이사  (2) 2017.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