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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그는 말하고, 나는 듣는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고
귀는 듣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왜 듣는다는 행위는 선택할 수 없을까
그의 말을 펼쳐 놓고 김밥을 자르듯
조각조각 내고 싶다
김밥은 예쁘게 말려있기라도 하지,
이건 뭐, 썰어놔봐야-
순간순간 올라오는 목소리를 꾸역꾸역
목 뒤로 삼켰더니, 오장육부를 죄다
채우고도 모자라 머리까지 차오른다
이젠 뱉어내야 할 터인데
그의 뚫린 목청으로 쑤셔넣고 싶은데
저 쉴새없이 움직이는 구멍에는
틈이 보이지 않는다
끝이 없음을 알았을 때,
사람은 용기가 생기나보다
벌떡 일어서 버렸다
드디어 멈춘 그의 면전으로
겨우 한마디 한다
'계속 말씀하세요'
돌아서는 등 뒤로 여전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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