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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왔고,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고,
최선의 근처에 머물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혹사하고 있던 날,
갑자기 왜 이러고 있나 싶어, 왜 이렇게 사냐 싶어
책상의 서류 다 밀쳐버리고 중요한 약속마저 던져버린다.
어디론가 떠나보자, 차에 몸을 실어보지만 막상 거기서부터
진한 막막함을 느끼는, 그 왜소한 나를 직접 채근하지 못하고
룸미러를 통해 한심함을 전달한다. 인간아, 인간아.
너는 어디로 가고 싶으냐,
특별히 대답 없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너는 어디를 가보았느냐,
자연스레 시선은 네모난 네비게이션을 향한다.
최근 목적지들, 참 좁게도 살아 왔구나,
다시 한심스런 눈빛을 던져본다. 됐다.
출발하자, 시작이 반이라더라, 가자, 가자, 가고 보자.
각오를 되새기며 차를 몰아간다.
차라리 차가 말이었다면, 또는 소였다면,
제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곳, 모른 채 맡겨 볼 터인데,
눈 한번 깜빡이기 무섭고 손과 발을 끝없이 놀려야 하는
이놈의 기계는 마음이 가벼워지기는커녕 천근만근이라.
금세 불안하고 초조하여 표지판을 훔쳐보다가 결국
다시 네비를 켜고, 자주 가던 목적지를 누르니 그게 결국 집이다.
나는 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가, 한탄하는 나에게 닫힌 문은
어서 들어오라는 말 한마디 없다.
아마도 내가 다시 나갈 것을 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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