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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사과의 힘

어제 그 녀석이 사과를 한 후

마음이 더 복잡해짐을 느낀다.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어 그렇게 진지하게,

사과를 하다니, 그렇게 사과할 녀석이

그 전에는 왜 그렇게 고압적이었는지,

사과할 생각이니 꼬장이나 피운 건지,

마치 전혀 다른 사람과 대화한 느낌,

나는 누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나도 같이 사과해야 하는 건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졸업할 때까지 버티면 되는 건지,

온갖 고민 속에 빠져있는 나에게 그 녀석은

모든 것이 다 해결된 듯, 더 이상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가와 말을 걸고 팔짱을 낀다.

그 어색함 덕분에 시간은 자꾸 더디게만 가고,

미칠 것 같은 답답함에 그만, 소리를 질러 버렸다.

 

이제 나는 사과하고, 그 녀석이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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