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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건널목

노란 불이 들어오는 교차로를 건널까, 잠시 고민하다

급히 멈춘다.

길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추듯이, 언뜻 무언가 본 듯하여

스쳐가기에 너무 아쉬운 기억들과 함께, 어떤 장면이

거기 있었다.

아주 어린 꼬마와 함께 그녀는 바람에 실려 온 사람처럼

머리카락을 날리며 동시에 내 시간도 날려버리며, 흰 색

사다리 꼭대기에 비스듬히 날아가고 있었다.

아이는 손을 잡아끌었고, 웃으며 그녀는 따라갔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오는 그녀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

나는 이미 차 문을 열고 있었다.

놀라는 그녀에게 설명할 틈도 없이 눈이 커진 아이를 안고

차로 향한다. 그녀도 결국 차에 몸을 싣는다.

풍경들은 과거에 묶여 나아가지 못하는 나를 비웃듯 지나갔고

초등학생 때의 짝사랑쯤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그녀는 앉아 있었다.

아이의 손을 꼭 잡은 큰 손의 결의에, 핸들을 잡은 떨리는 손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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