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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짬통에 빠진 참새

배가 고픈 참새가 짬통으로 들어갔다.

온갖 이물들이 참새에겐 단순한 영양분으로 보였겠지만,

미처 나오지 못한 채 뚜껑은 닫혀버렸다.

평생 집 한 채 없이 살아온 참새에게 지붕은 낯설었고, 곧 방향 감각을 상실한다.

그리고 먹기 시작했다.

날 이유도, 날아오를 필요도 없기에 새끼들도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배를 채우고 쏟아내기를 반복했다.

배변 같던 이물들과 이물 속의 배변들이 구분이 가지 않을 즈음,

뚜껑은 열렸으나 그 푸른 하늘로 날아오를 참새는 이미 땅짐승이 되어버렸다.

기어가는 법만 알은 채, 배를 비비던 참새는 곧 더욱 커다란 이물들에 갇혀버렸다.

영원한 땅, 짐승이 되어갔다.

 

※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102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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