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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들아 아들아 울지 마라 나는 그런 자격이 없다 애비라는 나는 네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탄생의 축복에 기뻐하기보다 앞으로 포기해야할 저질 같은 욕망들의 개수를 세며 내 지갑의 잔고를 비벼보았다 너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조금씩 넓혔던 집 평수와 자동차도 뒤이은 불행이 닥치면 쉬이 너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네가 대학에 떨어지던 해, 가장 슬펐던 건 네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이 아니라 내가 포기해야할 작은 욕망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들아, 울지 마라. 어차피 나는 그 눈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 저 쉼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피 같은 돈을 쓰지 마라 하루에 그 녀석이 몇 번을 다녀가도 여전히 나는 망쳐버린 인생이다 아들아, 이제 그만 나를 보내고 잊은 채 살아가라 더보기
쌩쌩한 아버지 아버지는 일주일 간 낮에 일 하시고 다시 일주일 간 밤에 일 하셨다 회사가 쉬지 않고 가동되기 위해서는 사람도 아무 때나 쉴 수는 없었다 주간과 야간 근무가 교차하던 날 좀처럼 잠을 이루기 힘드셨던 아버지는 아침 밥상부터 소주를 올리셨다 술 마시고 자고 나면 개운하지 않다,던 아버지는 금새 '한숨 붙이려면 마셔야지' 라고도 하셨다 늘 빈집에서, 오직 일 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꾸역꾸역 잠을 찾았다 꿈 속에서도 만날 사람은 곧 만날 김씨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영역 속으로 들어가면 안도의 반가움으로 젖어들었다 꿈은 두께가 얇은 벽이라 화장실 물소리, 구두 굽소리 때로 창 밖의 새소리에도 쉽게 허물어졌고 아버지는 다시 그 세계로 가기위해 얼마간 낑낑 거렸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벽을 얼마나 허물었을까 나는 아.. 더보기
달에서 쓰는 편지 아버지, 달에서 불러봅니다. 전 지금 혼자 있답니다. 여긴 낮에도 하늘이 까맣답니다. 언젠가 그러셨지요. 밤에만 빛나는 별과 같은 사람보단 모든 별빛을 가리는 태양이 되라고 하지만 이곳은 태양이 별빛을 가리지 못한답니다.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필요가 없습니다. 아버지 계신 곳은 시끌벅적 하신가요? 외롭지는 않으시죠? 여긴 커다란 운석이 떨어져도 보지 않으면 모른답니다. 평화롭고 심심한 곳이죠. 아버지, 얼굴에 드러났던 갖은 감정의 파편들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 같은 감정으로 응대했던 제 모습이 가엽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여전히 이해는 못하겠지만 조금 덜 죄송하고 싶습니다. 감정의 극단이 항상 힘들었습니다. 한없이 멀어지려 했던, 지구엔 넘쳐날 그 극단의 감정들이 그립기만 합니다. 당신 .. 더보기
개가 짖는 것이 싫다 개가 짖는 것이 싫다 어릴 적 골목에 들어서면 저만치 우리 집이 보이는데 원수 같은 개새끼가 내 앞에서 짖어댔다. 가고 싶은 발걸음은 그 한없이 독한 외침과 드러낸 이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붙박이가 되었다. 한참을 마주하다 지쳐갈 때 쯤 지나가는 큰 어른의 무심한 발길질에 나의 길도 열렸다. 아파트에 살게 되자 개들은 사라졌다. 나의 귀가는 한층 더 안정되었지만 가끔 아니, 자주 소리를 높이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때 그 개들이 겹쳐보이곤 했다. 왜그리 화를 내실까, 주변은 잠잠한데.. 홀로 커진 목소리에 부끄러움과 원망이 샘솟았다. 그냥 좀 양보하시지, 그냥 좀 참으시지. 언제부터인가 주변이 조용하다. 누구도 아무도 없듯이 살아간다. 퍽퍽하고 막막하고 때로 화나지만 나또한 입이 없는듯 말이 없다... 더보기
무료 세신사 무료 세신사 나이를 모르겠다. 아니, 나이가 무색하다. 켜켜이 쌓인 세월은 어디가고 부모와 자식만 존재한다. 또 그 부모의 부모와 자식.. 등이며 팔이며 엉덩이까지... 아비는 샅샅히 때를 몰아간다. 그렇게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이 어디로 갔나.. 그래도 아비는 최선을 다한다. 돌아서는 길, 없는 손에 무어라도 만드시는 창조주. 내 마음에 금괴가 지어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