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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좋은 시

가을_함민복

by 손아무 2018. 8. 16.

                           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빗소리가 귓가에 들리던 날

잠가놓은 심장 안으로 당신이 다가섰습니다

 

빗속으로

당신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걸 어찌하나요

 

빗방울 소리 흘러내리던 밤

당신은 개천되어

당신의 마음이 흘러

들었습니다

 

어둠 속으로

당신의 마음을

떠나보내고 싶어지만

 

떠나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내 옆을 서성거리고

 

그래서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힘들게 잠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잠든 사이에

꿈속에라도

다녀는 가셨나요?

 

당신 생각에

켜 둔 촛불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곤 합니다

 

오늘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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