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빗소리가 귓가에 들리던 날
잠가놓은 심장 안으로 당신이 다가섰습니다
빗속으로
당신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걸 어찌하나요
빗방울 소리 흘러내리던 밤
당신은 개천되어
당신의 마음이 흘러
들었습니다
어둠 속으로
당신의 마음을
떠나보내고 싶어지만
떠나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내 옆을 서성거리고
그래서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힘들게 잠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잠든 사이에
꿈속에라도
다녀는 가셨나요?
당신 생각에
켜 둔 촛불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곤 합니다
오늘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 것 같습니다
반응형
'문학&문화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풍의 언덕_기형도 (0) | 2017.10.30 |
---|---|
10월_기형도 (0) | 2017.08.31 |
사람들은 왜 모를까_김용택 (0) | 2017.06.23 |
정거장에서의 충고_기형도 (0) | 2017.05.19 |
전문가_기형도 (0) | 2017.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