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반응형
'문학&문화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풍의 언덕_기형도 (0) | 2017.10.30 |
---|---|
10월_기형도 (0) | 2017.08.31 |
정거장에서의 충고_기형도 (0) | 2017.05.19 |
전문가_기형도 (0) | 2017.04.25 |
겨울 강가에서_안도현 (0) | 2017.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