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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물범아비

물범아비

 

서해 최북단 백령의 6,

파도에 뜨지 않은 뱃길을 심청각에 올라 말없이 바라본다.

누이는 저 멀리 육지에서 아비의 제사 준비에 여념이 없겠지.

일 년에 한 번 있는 가족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마음이 쓰리다.

 

황해도 출신의 아비는 겨우 인천에 터를 잡고 평생 이북의 고향을

그리워 하셨다. 돌아가시기 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모습에

불효의 깊이를 느꼈다.

 

아비를 고향에 보내드리려고 들어온 백령에 나의 고향을 만든다.

쉬이 오갈 수 없는 백령에서 실향아비의 마음을 느낀다.

 

눈앞의 장산곶도 저 멀리 연안부두도 모두 다 멀다.

 

두무진 해변의 수원잔대, 사곶 해변의 시베리아여뀌,

작은 길 옆 피어난 가는 쑥부쟁이, 노랑원추리, 금방망이,

그리고 바위 위의 자유로운 물범들만 가까이 있다.

 

NLL을 모르는 물범은 마음껏 까나리를 잡고 놀래미와 노닌다.

독도 강치의 억울함을 풀어주듯 더 많이 놀고먹는다.

몇 달을 노는 것만 같았던 물범이 랴오둥 반도로 떠난다.

 

너마저 떠나느냐고 비난하고픈 마음이 무색하게

물범부부는 차디찬 유빙에서 부부로서 부모로서 최선을 다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돌아오겠노라고 눈으로 말했던 것 같다.

 

6월 한 날, 가지 못한 아비의 제사 대신 물범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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