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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화/나의 시

쌩쌩한 아버지

아버지는 일주일 간 낮에 일 하시고
다시 일주일 간 밤에 일 하셨다
회사가 쉬지 않고 가동되기 위해서는
사람도 아무 때나 쉴 수는 없었다

주간과 야간 근무가 교차하던 날
좀처럼 잠을 이루기 힘드셨던 아버지는
아침 밥상부터 소주를 올리셨다
술 마시고 자고 나면 개운하지 않다,던
아버지는 금새 '한숨 붙이려면 마셔야지'
라고도 하셨다

늘 빈집에서, 오직 일 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꾸역꾸역 잠을 찾았다
꿈 속에서도 만날 사람은 곧 만날
김씨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영역 속으로 들어가면
안도의 반가움으로 젖어들었다

꿈은 두께가 얇은 벽이라
화장실 물소리, 구두 굽소리
때로 창 밖의 새소리에도
쉽게 허물어졌고
아버지는 다시 그 세계로 가기위해
얼마간 낑낑 거렸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벽을 얼마나
허물었을까
나는 아버지의 밤에 얼마나 많은
위기를 제공한 것인가

옆 방에서 기분 좋은 울음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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