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침묵을 참지 못한 그는 아무말이나 지껄였다
그의 입과 뇌와 눈이 바쁘게 돌아갔지만
협력은 잘 되지 않았다
그 중 유독 그의 귀는 할 일을 안 하는 듯 하다
가끔 그와 나의 말이 충돌했지만
그의 말은 멈추지도 않고 고속으로 나아갔다
난 그 충돌의 충격에 입의 작동을 멈추었지만
귀는 울고싶을 만큼 제 기능을 다하였다
신경을 돌리기 위해 입과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소리가 입 안을
가득채워 씹을 수가 없었다

음식 좀 드세요(제발)
괜찮습니다
제가 안 괜찮아요, 좀 드세요

대단히 자기를 위한다고 생각했던가,
빨리도 먹는다
입의 기능을 개방했다
조근조근 그와는 다른 사람을 얘기했다
아주 오랜 시간 생각했던 이상형이라고
힘든 말을 토해놓고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환한 표정의 그가 말한다

이상형이 저랑 비슷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