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년은 절로 갔다.
할미와 어미의 손을 잡고
눈 내린 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규모가 큰 절이었다.
소년은 금세 놀 거리를 찾았다.
눈을 먹고 만지고 던지고 모았다.
그리고 금세 지겨워졌다.
할미와 어미는 수백 명 속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시종 중얼거렸다.
소년이 놀다 지쳐 옆에서 비벼보아도
중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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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같은 말을 하루 종일 들으며
몹시 지겨워했지만 자신도 곧 그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고, 그러면
칭찬을 받을 것만 같았다.
어미는 기도 중 소년의 귀에 대고 말했다.
다 너를 위해서다.
소년도 어미를 위해 외쳤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삼일 째 되던 밤, 바람만이 존재를 드러내던
어둠이 큰일을 저질렀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말을 채워 넣은 할미가
결국 쓰러졌고, 빛이 없는 산은 시간을
빠르게 감아버렸다.
의사는 너무 늦었다는 말을 반복했고
어미는 더 이상 부처와 보살을 찾지 않았다.
소년은 할미와 어미가 머물던 자리를 지키며
이번엔 할미를 위해 열심히 외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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